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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개인적인 소설이야기

[단편소설] 첫눈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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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민서는 카페 창가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았다. 유리창 너머로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송이는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와 사람들의 머리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그날, 민서는 무언가가 특별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바람일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따뜻한 라떼를 손에 감싸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카페 문이 열리고 추운 바람이 들어왔다.

“죄송해요, 좀 늦었죠?”

익숙한 목소리였다. 민서가 고개를 들어보니, 준호가 서 있었다. 그는 그녀의 대학교 동창이자, 몇 년 전 그녀의 첫사랑이었다.

“준호? 여기서 뭐 해?” 민서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 여전히 여기에 자주 오는구나. 나도 가끔 들리곤 해. 그런데 오늘은 우연히 너를 봤네.”

준호는 멋쩍게 웃으며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민서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둘은 대학 졸업 이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었다. 준호는 변한 듯하면서도 여전히 그녀의 기억 속 모습과 닮아 있었다.

“잘 지냈어?” 준호가 물었다.

“응, 그럭저럭. 너는?”

“나는 괜찮아. 그런데… 솔직히 오늘 여기 온 건, 너를 보고 싶어서였어.”

민서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준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민서야, 그때 우리가 어리석게 헤어졌던 걸 지금도 후회해. 네가 그립더라. 정말 많이.”

순간 민서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도 대학 시절 준호와의 추억을 자주 떠올리곤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그저 지나간 일일 뿐이라 여기며 살았다.

“준호야, 우리 너무 오랜만이잖아. 이제 와서 이런 말을 듣는 게… 어색해.”

“그래, 나도 알아. 하지만 오늘 첫눈이 오잖아. 네가 항상 말했었잖아. 첫눈 오는 날엔 특별한 일이 생긴다고.”

민서는 고개를 숙였다. 첫눈이 내리던 그날, 그녀는 준호에게 사랑을 고백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오해가 쌓이고, 결국 그들은 서로를 놓치고 말았다.

“준호야, 나도 사실 그때 많이 후회했어. 우리가 다시 만날 줄은 몰랐지만…”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웃었다.

“첫눈 오는 날이니까, 우리 다시 시작해볼래?”

준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민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건 운명인 거다.”

카페 밖에서는 눈이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첫눈은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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